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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 된 자의 우승 반지 뉴질랜드 밀알 자폐 농구팀, 그리스 패럴림픽 도전기 다큐멘터리 소설

novel church pcknz 2026. 3. 17. 15:23

나중 된 자의 우승 반지
뉴질랜드 밀알 자폐 농구팀, 그리스 패럴림픽 도전기

다큐멘터리 소설

취재·구성: 뉴질랜드 밀알선교단 동행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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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나중 된 자로서 먼저 되고, 먼저 된 자로서 나중 되리라."
— 마태복음 20장 16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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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로만손 공원의 오후 4시

오클랜드 마운트 로스킬. 로만손 공원(Romanson Park)의 농구 코트.

11월의 남반구 오후는 길다. 햇살이 비스듬히 기울어도 코트 위의 아이들은 끝날 줄을 모른다. 아니, 정확히는 끝낼 수가 없다. 왜냐하면 오늘도 연습이 예정보다 한 시간쯤 늦게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민준(가명, 22세)은 코트 경계선을 따라 걷고 있었다. 코트 바깥선을 밟지 않는 것이 오늘의 규칙이었다. 농구 연습이 시작되기 전의 의식 같은 것이었다. 그는 그 선을 아홉 번, 정확히 아홉 번 걸어야 했다. 여덟 번 걸으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야 했다.

봉사자 이지현(24세,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졸업, 현재 오클랜드 이민 3년 차)은 그 옆에서 천천히 함께 걸었다. 스톱워치를 들고 있었지만 누르지 않았다. 기다리는 것이 이 팀의 기본 역량이라는 것을 지현은 이미 알고 있었다.

연우(가명, 19세)는 코트 한쪽 귀퉁이에 쪼그려 앉아 아스팔트의 균열을 손가락으로 따라 그리고 있었다. 오늘따라 유독 깊이 빠져 있었다. 가끔 그는 손가락에 힘을 주어 균열을 더 파려는 것처럼 문질렀다. 코치 박용준(38세, 전직 실업 농구 선수, 장애인 스포츠 지도사 2급)이 공을 튀기며 그에게 다가갔다. 퉁, 퉁, 퉁 — 규칙적인 드리블 소리에 연우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세 번째 공 소리에 눈이 맞았다.

그게 오늘의 시작이었다.

뉴질랜드 밀알선교단 자폐 지적 장애인 농구팀 — 팀 이름은 **'마지막 파이브(Last Five)'**였다. 팀 이름의 유래는 단순했다. 그리고 그 단순함이 이 팀의 모든 것을 담고 있었다.

"우리는 경기 마지막 5분에 투입되는 팀이야. 근데 그 5분에 우리가 세상을 뒤집어."

단장 권성민(52세) 집사가 팀 창단 첫날 한 말이었다. 그 말을 들은 부모들 중 절반은 울었고, 나머지 절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허풍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기 결과로서가 아니라, 그 아이들이 코트에 서는 것 자체가 세상을 뒤집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그 팀이 그리스로 간다.

이 이야기는 그 여정을 동행 취재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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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 공원의 기적: 농구가 시작되다

1장. 어느 봉사자의 취재 노트

취재일지 2025년 8월 14일, 로만손 공원

나는 오늘 처음으로 마지막 파이브의 훈련을 취재하러 왔다.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솔직히 말하면 믿지 않았다. 뉴질랜드 한인 커뮤니티에서 "밀알 농구팀이 패럴림픽 간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을 때, 내가 속한 오클랜드 한인 기자 모임에서도 반응은 엇갈렸다.

"그거 진짜예요? 자폐 아이들이 패럴림픽을? 농구로?"

"밀알에서 또 무슨 일 벌이는 거래. 현실적으로 봐야지."

"황당하긴 한데... 취재는 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나는 세 번째 의견이었다. 그리고 오늘 이 공원에 왔다.

오후 3시 30분. 훈련 시작 예정 시간은 3시였다. 하지만 아직 반도 안 모였다.

공원 입구 쪽에 접이식 의자를 펼쳐놓은 어머니들 몇 분이 앉아 계셨다. 도시락 통을 들고 있는 분, 뜨개질을 하는 분. 한국 어머니들 특유의 그 기다림의 자세로.

"기자님이세요?" 한 어머니가 먼저 말을 걸었다. 흰 모자에 민트 색 조끼 차림이었다. 자기소개를 하셨다. 민준 어머니, 이미경(50세)씨. "잘 오셨어요. 우리 아이들 이야기 많이 알려주세요."

그 말에 다른 어머니들이 고개를 돌렸다.

"패럴림픽요?" 내가 물었다.

"그래요. 그리스예요. 믿기지 않죠?"

이미경 씨가 웃었다. 놀랍도록 담담한 웃음이었다.

"저도 처음엔 웃겼어요. 근데 지금은요..."

그녀는 코트 쪽을 바라보았다. 코트 경계선을 걷고 있는 민준을.

"저는 민준이가 코트에서 달리는 것만 봐도 충분해요. 나머지는 다 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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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소음과의 전쟁

연우는 소리가 두렵다.

정확히는 — 예측하지 못한 소리가 두렵다. 규칙적인 소리, 예를 들어 박 코치의 드리블 소리, 심판 호루라기(미리 몇 번 불어서 익히게 해준다), 공이 림에 맞는 소리 — 이런 것들은 이제 괜찮다. 하지만 옆 코트에서 갑자기 누군가 소리를 지른다든지, 아이가 넘어지면서 비명을 지른다든지, 공원을 지나는 차가 경적을 울린다든지 하는 '예측 불가능한 소리'는 연우의 시간을 멈추게 한다.

그 날도 그런 일이 있었다.

연습 도중, 옆 코트에서 축구를 하던 아이들 중 하나가 심하게 넘어지며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연우는 그 순간 — 공을 가지고 있었다. 레이업 직전이었다. 그 소리가 들리자마자 공이 떨어지고, 연우는 손으로 귀를 막았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벽 — 공원 화장실 블록의 벽돌 벽 — 으로 달려가 손바닥을 세게 부딪쳤다.

쾅, 쾅, 쾅.

주변이 잠시 얼어붙었다.

봉사자 지현이 제일 먼저 움직였다. 달려가서 연우의 뒤에서 두 팔을 감쌌다. 말없이. 세게. 그리고 가방에서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꺼내 연우의 귀에 씌워주었다. 음악을 켰다. 연우가 좋아하는 곡 — 바흐의 인벤션.

"연우야, 이제 괜찮아. 소리 막았어."

연우의 몸이 서서히 풀렸다. 벽을 잡고 있던 손이 내려왔다. 손바닥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박 코치가 그 장면을 보며 훈련 일지에 무언가를 적었다. 그리고 잠시 후 팀 전체에게 말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수고했어."

끝나지 않아도 됐다. 오늘의 연습은 연우가 코트에 있었다는 것, 그것으로 충분했다.

밀알 선교단 매니저 노트에 이런 글이 있다. '아이가 벽을 치는 것은 엄마를 힘들게 하려는 게 아니라, 귀가 너무 아프다고 몸으로 외치는 것이다. 소리를 지르는 대신, 말없이 다가가 귀를 막아주는 것이 가장 빠른 진정제다.'

나는 그날 지현이 연우의 귀에 헤드폰을 씌워주는 장면을 사진으로 찍었다. 나중에 그 사진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리게 될 줄은 그때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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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틱과 함께 달리는 아이

상우(가명, 21세)는 투렛 증후군과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함께 가지고 있다.

그는 농구를 할 때 가끔 갑자기 멈추고 목을 꺾는다. 어깨를 끌어올린다. 또는 특정 발음을 반복한다. "탁, 탁, 탁" — 혀를 차는 소리. 이것이 그의 틱이다.

처음 팀에 왔을 때, 다른 선수들이 그를 어떻게 대할지가 걱정이었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이들은 예측 불가능한 행동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반대였다.

민준은 상우의 틱이 나올 때 아무 표정 변화 없이 패스를 기다렸다. 연우는 상우가 어깨를 끌어올리는 타이밍이 패스 직전이라는 것을 언제부터인가 알아차렸는지, 그 순간 살짝 왼발을 앞으로 내밀어 공 받을 준비를 했다.

박 코치가 이것을 처음 눈치챘을 때, 훈련 일지에 이렇게 적었다.

"연우가 상우의 틱 패턴을 읽고 있다. 이것은 기적이다."

상우의 어머니 강은정(47세)씨는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냥 울었다. 병원에서, 학교에서, 상우의 틱 때문에 주변 아이들이 기피했던 이야기가 있었다. "탁탁 하는 애랑 같이 있으면 무섭다"고 했던 반 아이의 말이 아직 귀에 생생하다고.

"여기서는 달라요." 강 씨가 말했다. "여기선 상우가 그냥 상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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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집중이 끊기는 아이들에게 공은 계속 온다

훈련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하게 흘러간다.

민준이 경계선 걷기를 마치고 코트에 들어오다가 갑자기 하늘을 올려다보며 멈춘다. 비행기가 지나가는 소리를 들은 것이다. 그는 비행기를 좋아한다. 기종을 맞히는 것이 취미다.

"에어뉴질랜드 787."

맞다. 아마 맞을 것이다. 박 코치는 이것을 모른 척하지 않는다.

"맞아, 787이지. 이제 패스 가자."

화제를 자르지 않고 인정한 뒤 다음으로 넘어가는 것. 이것이 이 팀의 코칭 원칙이다.

은찬(가명, 20세)은 집중력이 3분을 넘지 못한다. 정확히는 — 한 과제에 대한 집중이 3분 주기로 끊기고, 다른 자극에 잡혀간다. 오늘은 공원 옆 꽃밭의 나비였다. 연습 중간에 그가 갑자기 코트를 벗어나 꽃밭 쪽으로 걸어갔다.

봉사자가 따라갔다. 나비를 함께 2분 보았다. 그리고 "공 치러 가자"가 아니라 "나비 색이 뭐야?"라고 물었다.

"주황. 검정."

"맞아. 예쁘다. 우리 팀 유니폼도 주황이잖아. 이제 공 치러 가자, 나비처럼 빠르게."

은찬이 코트로 돌아왔다.

이 장면을 옆에서 지켜보던 나는 처음으로 이 취재가 단순한 스포츠 기사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이것은 인간이 인간을 어떻게 만나는가에 대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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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 황당하다는 사람들, 꿈꾸는 사람들

5장. "패럴림픽이요? 진짜요?"

2025년 9월, 밀알선교단이 공식 발표를 냈다.

뉴질랜드 장애인 체육회(Paralympics New Zealand) 산하 지적 장애 농구 부문에 등록된 마지막 파이브 팀이 2025년 가을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리는 국제 지적 장애 농구 대회에 참가한다.

반응은 극단적으로 갈렸다.

오클랜드 한인 커뮤니티 최대 온라인 카페에 누군가 이 소식을 올렸다.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좋은 뜻은 알겠는데, 현실적으로 자폐 아이들이 국제 경기를 뛸 수 있을까요? 그 환경이 얼마나 자극적인지 아시잖아요."

"밀알이 항상 이런 식이지. 의지만 앞서고 준비가 부족한 경우 많잖아요."

"우리 아들 친구 밀알 다니는데, 거기 봉사자들이 엄청 헌신적인 건 인정해요. 근데 패럴림픽은 좀..."

"대단합니다. 응원합니다. 아이들한테 이 경험이 얼마나 소중한지."

"황당하다 싶긴 한데, 황당한 걸 하는 게 밀알 아닌가요? 평생 경기 한 번 못 나가볼 아이들인데."

권성민 단장은 이 댓글들을 읽었다.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며칠 후 그가 쓴 칼럼에 이런 문장이 있었다.

"마태복음 20장에서 하루 종일 장터에 있던 사람들에게 주인이 묻습니다. '왜 종일 여기 있었느냐?' 그들이 답합니다. '아무도 우리를 쓰는 이가 없음이니이다.' 우리 아이들이 바로 그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주인이 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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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INFP 권사님들의 응원단

한인 교회 안에서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뜻밖의 곳이었다.

오클랜드 순복음 한인교회 권사회. 그 중에서도 특별히 마음이 넓고 감성적인, 스스로를 "INFP 권사님들"이라 부르는 다섯 분이 있었다.

김옥순 권사(67세), 박정희 권사(65세), 이명자 권사(62세), 최선숙 권사(60세), 윤혜련 권사(58세).

이 다섯 분은 밀알 소식을 듣자마자 단톡방을 만들었다. 방 이름: **"마지막 파이브 기도 응원단"**

첫 메시지는 김옥순 권사였다.

"자매들아, 우리 저 아이들 응원하자. 기도로, 뭐든지로."

다음 날 이 다섯 분이 밀알 사무실을 방문했다. 손에 손에 들고 온 것들 — 손수 만든 떡, 과일, 그리고 각자 하나씩 손으로 쓴 편지.

권성민 단장이 그 편지들을 펼쳤을 때, 사무실이 잠시 조용해졌다.

*"우리 아들도 어릴 때 조금 느렸어요. 지금은 잘 크고 있지만, 그때 내 마음이 얼마나 무거웠는지. 단장님, 어머님들, 그 무게를 이제 여럿이 나눠 들겠습니다."* — 박정희 권사

*"포도원 주인이 늦게 온 자에게도 똑같이 한 데나리온을 준 것처럼, 우리 아이들도 똑같은 우승 반지를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우리가 그 포도원 주인의 마음으로 기도하겠습니다."* — 이명자 권사

그 다음 주부터 INFP 권사님들의 응원은 구체적인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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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바자회와 아크릴 물감

후원 교회 바자회는 10월 첫째 주 토요일이었다.

오클랜드 한인 연합 선교 바자회. 매년 열리는 행사지만, 올해는 조금 달랐다. 밀알 그리스 파견팀 후원 부스가 따로 생겼기 때문이다.

부스 이름: **"마지막 파이브의 손으로 만든 것들"**

전시 품목:

첫째, 나만의 레고 키트.

이것은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었다. 각 선수가 직접 레고 블록으로 설계한 구조물 — 민준의 비행기, 연우의 나선형 탑, 상우의 농구 코트, 은찬의 나비 모양 — 을 완성하고, 그 완성품 옆에 **직접 그린 설계도**를 붙여 함께 팔았다. 소근육 발달 훈련의 산물이었다. 가격은 각 40 NZD. 오전 중에 완판됐다.

둘째, 패럴림픽 티셔츠.

입지 않는 흰 티셔츠에 아크릴 물감으로 직접 그린 그림들. 각자의 방식으로. 민준은 정밀한 비행기 기종을, 연우는 빙글빙글 도는 소용돌이를, 상우는 농구공과 그물을, 은찬은 주황 나비를 그렸다. 세련되지 않았다. 삐뚤빼뚤했다. 하지만 그 삐뚤빼뚤함이 오히려 더 많은 손길을 끌었다.

한 아주머니가 상우가 그린 티셔츠를 들어보며 말했다.

"이 아이가 그렸어요? 직접?"

"예."

"이거 예술이네요."

상우는 그 말을 듣지 못했다. 옆에서 도시락을 먹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 강은정 씨는 들었다. 뒤돌아서 눈물을 훔쳤다.

셋째, 축복 카드.

이것은 박 권사 아이디어였다. 팀 선수들이 한 주 동안 서로에게 '축복하는 말'을 연습했다. "잘 던졌어." "오늘 멋있었어." "네가 팀에 있어서 좋아." 이 말들을 카드에 직접 적어 팔았다. 카드 뒷면에는 **"이 카드를 받은 사람도 누군가에게 축복을 전해주세요"**라는 문구가 인쇄되어 있었다.

구매한 사람들이 그 자리에서 옆 사람에게 카드를 건네는 장면이 여기저기서 생겨났다.

바자회 당일 모금액: 총 3,840 NZD.

권성민 단장이 모금 결과를 발표했을 때, INFP 권사님들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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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장. 꿈꾸는 학생 봉사단

취재 노트에 이름을 올린 학생 봉사자들이 있다.

오클랜드 대학교, 오클랜드 유니텍, 크라이스트처치 링컨 대학교에서 온 한인 유학생들. 사회복지, 교육학, 심리학, 신학을 전공하는 20대들이다.

이들은 밀알 봉사를 시작할 때 저마다 다른 이유를 댔다.

"학점 요건이라서요."(나중에는 다른 말을 한다)
"부모님이 하라고 해서요."(나중에는 다른 말을 한다)
"교수님 추천서 받으려고요."(나중에는 다른 말을 한다)

그리고 6개월쯤 지나면 모두 같은 말을 한다.

"못 그만두겠어요."

그 중 유독 눈에 띄는 봉사자가 있었다.

김서연(23세). 오클랜드 대학교 신학대학원 석사 과정. 전공은 성서 고고학. 지도교수의 추천으로 학기 중 그리스 아테네 현지 조사를 계획하고 있었는데, 일정이 마지막 파이브의 대회 일정과 겹쳤다.

그녀가 권성민 단장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단장님, 저 그리스 현지에 있을 예정인데요. 팀의 아테네 가이드 겸 현지 지원자로 함께 가도 될까요? 무급으로."

권 단장은 30초 고민했다.

그리고 답장을 보냈다.

"언제 출발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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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 그리스로 가는 길: 준비와 두려움

9장. 비행기 타기 연습

비행기.

마지막 파이브 선수 중 네 명은 비행기를 탄 적이 없었다.

민준은 비행기를 좋아했다 — 그러나 먼발치에서. 기종을 알아맞히고, 이착륙 소리를 좋아하고, 공항 건물의 창문 너머로 바라보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그 안에 탄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연우는 비행기를 탄다는 말을 들었을 때 10분간 벽을 두드렸다. "없어, 없어, 없어"를 반복하면서.

은찬은 비행기의 진동과 소음이 두렵다고 했다.

상우는 비행기에 대한 의견이 없었다. 다만 그 어떤 새로운 환경에도 적응 기간이 2주 이상 필요했다.

박 코치는 밀알 사무실에서 관계자들과 회의를 열었다.

"어떻게 할 것인가."

해결책은 생각보다 단순했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의 힘이 필요했다.

1단계: 유튜브 비행기 소리 반복 청취

매일 연습 전 30분, 비행기 이착륙 소리 영상을 헤드폰으로 들었다. 처음에는 5초, 다음 주에는 10초, 그 다음 주에는 30초. 익숙해질 때까지.

2단계: 공항 체험 나들이

오클랜드 국제공항 견학. 비행기를 타지 않고 공항 건물만 경험했다. 체크인 카운터, 수하물 벨트, 게이트 구조. 민준은 공항에서 세 대의 비행기를 맞혔다. 그것이 그날의 성취였다.

3단계: 소란한 장소에서의 훈련

공항은 시끄럽다. 항상 시끄럽다. 예측 불가능하게 시끄럽다.

이것을 대비하기 위해 팀은 오클랜드 시내 중심가에서 걷기 훈련을 했다. 각자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착용하되, 음악 없이 — 소리를 줄이기만 하는 모드로. 그 상태에서 시내를 30분 걷기.

처음에는 연우가 10분을 버티지 못했다. 세 번째 훈련에서 15분, 다섯 번째에서 30분을 완주했다.

박 코치가 그 날 일지에 적었다.

"연우 30분 완주. 이것이 이 팀의 첫 번째 우승이다."

4단계: b-Calm2 (소리 방패) 배분

밀알 선교단이 각 선수에게 청각 과민을 위한 노이즈 마스킹 기기를 배분했다. 후원금으로 구입한 것이었다.

상우에게는 특별히 헤드폰 대신 귀마개형 장치를 맞춤 제작했다. 틱이 나올 때 머리가 흔들리면서 헤드폰이 벗겨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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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장. 실패를 마음껏 하는 공간 — 샌드박스 모임

밀알에는 공식 훈련 외에 '샌드박스 모임'이 있었다.

금요일 저녁, 교회 친교실에서 열리는 이 모임은 규칙이 하나였다.

"오늘은 틀려도 돼. 얼마든지."

농구 슈팅을 했다. 다 빗나갔다. 괜찮았다.
레고를 만들었다. 설계대로 안 됐다. 괜찮았다.
축복 카드를 썼다. 글씨가 삐뚤어졌다. 괜찮았다.
자기소개를 연습했다. 말이 끊겼다. 괜찮았다.

이 모임의 핵심은 '실수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실수가 있는 환경에서 계속 하는 것'을 연습하는 것이었다.

박 코치는 이것을 '샌드박스'라고 불렀다. 아이들이 모래 놀이를 할 때, 성이 무너져도 다시 쌓으면 되는 것처럼.

어느 날 샌드박스 모임에서, 연우가 레고를 완성하다가 실수로 전부 무너뜨렸다. 그는 잠시 굳었다. 박 코치가 말했다.

"연우야, 지금 뭐 할 것 같아?"

연우가 대답했다.

"...다시."

"맞아. 다시 하는 거야."

그 날 연우는 레고를 세 번 무너뜨리고, 네 번째에 완성했다. 팀 모두가 박수를 쳤다.

민준이 말했다. "연우 잘 했어."

그것이 그 날의 전부였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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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 장애인 체육회와 정부 지원

뉴질랜드 장애인 체육회 코디네이터 Sarah Kim(한국계 뉴질랜드인, 35세)이 마지막 파이브 훈련에 처음 나타난 것은 2025년 10월이었다.

그녀는 훈련을 두 시간 내내 지켜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훈련이 끝난 후 박 코치에게 다가와 명함을 주었다.

"공식 참가 서류 처리 해드릴게요. 비용 일부를 스포츠 NZ 접근성 보조금으로 지원 신청 가능합니다."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권 단장이 말했다.

"감사합니다. 근데 왜요?"

Sarah가 대답했다.

"봤잖아요. 두 시간 동안."

그 말이 전부였다.

한국 총영사관 오클랜드 분관도 움직였다. 10월 말, 영사관 문화담당 이민혁 영사가 밀알 사무실을 방문했다. 공식 참가 지원 공문이 이어졌다. 교민 스포츠 문화 후원 예산에서 항공료 일부가 지원됐다. 많지 않았다. 하지만 '뉴질랜드 정부와 한국 영사관이 함께 지지한다'는 사실 자체가 팀에게 힘이 되었다.

현상(뉴질랜드의 한인 식품 기업, 가명)의 CEO 박현철 대표가 후원 의사를 밝힌 것은 11월이었다. 팀 숙소 비용 전액을 부담하겠다고 했다.

"회사 광고 같은 것은 필요 없어요. 그냥... 이 아이들 가는 걸 보고 싶어서요."

박 대표는 말을 이었다. "저도 막내 아들이 ADHD예요. 그 아이 코트에 서던 날 생각이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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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장. 김남길 배우의 방문

11월 셋째 주 수요일.

로만손 공원 훈련에 낯선 차가 들어왔다. 검은 SUV. 운전자가 내리더니 한쪽에 조용히 섰다.

아무도 몰랐다. 아이들은 몰랐다. 봉사자들도 처음엔 몰랐다.

한 봉사자가 쪽지를 받았다. 쪽지에는 이름이 있었다.

훈련이 끝난 후, 그 낯선 방문자가 코트 쪽으로 걸어왔다.

배우 김남길이었다.

뉴질랜드 방문 일정 중 잠깐 시간을 냈다고 했다. 지인을 통해 밀알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올 수 있냐"고 연락이 왔고, 단 하루 만에 성사된 방문이었다.

그는 아이들과 악수를 나눴다. 민준에게는 비행기 이야기를 했다. 민준이 눈이 빛났다. 연우에게는 말없이 옆에 앉아 있었다. 상우의 틱이 나왔을 때 아무 반응 없이 패스를 이어받았다.

박 코치가 나중에 말했다. "그분이 훈련된 연기자이기 전에, 그냥 좋은 사람이었어요."

방문 사진이 공개되자 다음 날 뉴스에 올라왔다.

"배우 김남길, 뉴질랜드 자폐 장애인 농구팀 격려 방문"

온라인 후원이 그날 하루 동안 쏟아졌다. 총 후원액이 목표의 70%를 단 하루 만에 넘겼다.

어머니 이미경 씨는 그 뉴스를 보며 말했다.

"하나님이 후원자를 보내주셨다 싶었어요. 사람 형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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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 찬양과 성찬: 떠나기 전 밤

13장. 장애인 찬양 예배와 기도회

대회 출국 이틀 전, 교회 본당에 특별 예배가 열렸다.

장애인 찬양 예배와 기도회.

좌석 배치가 달랐다. 통로가 넓었다. 휠체어 공간이 맨 앞이었다. 소리에 예민한 아이들을 위해 음향을 평소보다 낮췄다. 각 선수 옆에 봉사자가 한 명씩 앉았다.

찬양 팀이 천천히 연주를 시작했다. 첫 곡은 <나의 가는 길>. 피아노와 어쿠스틱 기타만으로.

민준이 제일 먼저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리듬을 타는 것이었다. 그것이 민준의 찬양이었다.

연우는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있었다. 하지만 몸이 음악을 따라 미세하게 흔들렸다.

상우는 찬양 가사를 소리 내어 따라 부르다가 중간에 틱이 나왔다. "탁, 탁" — 그리고 다시 노래가 이어졌다. 누구도 멈추지 않았다.

은찬은 나비 드로잉이 그려진 기도 카드를 꼭 쥐고 있었다.

서 목사님(취재 노트에서는 이름 생략)이 설교 전 잠시 말했다.

"오늘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우리 중 어느 누구도 잘난 사람이 없습니다. 다들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 사람들이에요. 그런데 하나님은 '얼마나 잘 버텼냐'를 보지 않고, '내 포도원에 와서 있었느냐'를 보십니다. 여기 계신 모든 분들, 여기 계신 우리 선수들 — 여러분은 이미 포도원 안에 있습니다."

서 목사님이 성경을 폈다.

마태복음 20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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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장. 마태복음 20장: 농구 경기 비유

서 목사님이 말씀을 전했다.

"포도원 주인이 아침 일찍 나가서 일꾼을 구합니다. 그리고 오전 9시에도 나가고, 낮 12시에도, 오후 3시에도 나가고, 오후 5시에도 나갑니다. 오후 5시에 장터에 남아있던 사람들에게 주인이 묻습니다. '왜 여기 있었느냐?' 그들이 말합니다. '아무도 우리를 쓰는 이가 없음이니이다.'"

서 목사님이 잠시 멈췄다.

"'아무도 우리를 쓰는 이가 없음이니이다.' 이 사람들은 게으른 사람들이 아닙니다. 아침부터 기다렸어요. 불려가기를 기다렸어요. 그런데 아무도 부르지 않은 거예요. 신체적 한계가 있었을 수도 있고, 사회적 이유로 기피됐을 수도 있어요. 오늘날로 치면 — 고용 시장에서 계속 밀려난 사람들이에요."

"그런데 주인이 오후 5시에 이들을 부릅니다. 그리고 하루가 끝날 때, 이들에게도 똑같이 한 데나리온을 줍니다. 먼저 온 사람들이 항의합니다. '우리가 더 오래 일했는데 왜 똑같이 주냐.' 주인이 말합니다. '내 것을 가지고 내 뜻대로 할 것이 아니냐.'"

"자, 농구 경기를 생각해봅시다. 주전 선수가 38분을 뛰고, 후보 선수가 마지막 1분을 뛰었습니다. 일반 기준이라면 연봉이 달라야 하죠. 하지만 이 팀이 우승하면 어떻게 됩니까? 38분 뛴 선수도 우승 반지를 받고, 1분 뛴 선수도 똑같은 우승 반지를 받습니다. 우승 반지는 한 개가 아니에요. 팀 전체가 받습니다."

"천국은 그런 곳이에요. 얼마나 오래 뛰었냐가 아니라, 그 팀의 일원이었냐가 기준입니다."

"우리 마지막 파이브 선수들 — 오후 5시까지 장터에 있던 사람들입니다. 아무도 먼저 부르지 않았어요. 하지만 하나님이 오셨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십니다. 와서 뛰어라. 너도 우승 반지를 받는다."

본당이 조용했다.

연우의 어머니가 손수건으로 눈을 닦았다.

상우의 어머니 강은정 씨는 아예 얼굴을 손으로 감쌌다.

민준이 손을 들었다. 예배 중이었지만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목사님, 우승 반지는 어디 있어요?"

웃음이 터졌다. 그 웃음이 눈물과 섞였다.

서 목사님이 웃으며 말했다.

"그리스에 있어, 민준아."

— — —

15장. 성찬식 — 천국의 연습

예배의 마지막 순서는 성찬식이었다.

이 성찬식은 특별했다.

각 선수가 빵과 포도주(주스)를 스스로 나눠받았다. 봉사자들이 돕되, 강요하지 않았다. 받기 싫으면 받지 않아도 됐다. 아무도 재촉하지 않았다.

민준은 빵을 받아들고 10초 동안 바라보다가 먹었다.

연우는 포도주잔(사실은 작은 플라스틱 컵)의 냄새를 맡아보고, 잠시 뭔가를 생각하다가 조금 마셨다.

상우는 빵을 받으면서 틱이 나왔다. 그리고 빵을 조금씩 뜯어먹었다.

은찬은 빵을 손에 쥐고, 옆에 앉은 봉사자에게 건넸다. 그것이 은찬의 성찬이었다. 나누는 것.

봉사자가 그것을 받아 먹으면서 말했다.

"고마워, 은찬아."

서 목사님이 말했다.

"지금 여기에서 빵과 잔을 나눈 것처럼 — 이것이 천국의 연습입니다. 누가 더 잘 나눴는지, 더 많이 기여했는지는 없어요. 그냥 같이 있는 거예요. 같이 먹는 거예요. 그게 천국입니다."

— — —

5부 — 그리스 아테네: 낯선 땅의 농구

16장. 비행기 안

오클랜드 국제공항, 2025년 11월 21일 새벽 2시.

출발 전 공항에서의 두 시간이 가장 힘들었다.

출국 수속, 보안 검색, 사람들의 붐빔. 연우가 두 번 멈췄다. 한 번은 공항 안내 방송이 갑자기 크게 들렸을 때, 또 한 번은 수하물 벨트의 요란한 소리가 울렸을 때.

두 번 다 지현이 옆에 있었다. 두 번 다 헤드폰이 제때 씌워졌다.

"연우야, 이제 괜찮아."

비행기에 탑승했다. 창가 자리는 민준의 것이었다. 탑승 후 민준은 창밖만 바라보았다. 이착륙할 때의 소리를 기대하고 있었다.

이륙하는 순간 — 엔진 소리가 커지면서 기체가 달리기 시작했다.

연우가 손잡이를 꽉 쥐었다. 봉사자 지현이 그 손 위에 손을 얹었다. 말없이.

이륙이 완성되었다. 창밖으로 오클랜드의 야경이 작아졌다.

그때 민준이 말했다.

"에어뉴질랜드 777-300ER."

지현이 웃었다.

"맞아, 민준아."

기내가 안정됐다. 약 13시간의 비행. 환승 후 아테네까지.

상우는 비행기 소음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을 알아챘는지, 30분쯤 지나자 잠이 들었다. 은찬은 기내 모니터에서 나비 다큐멘터리를 찾아서 헤드폰을 끼고 보았다. 연우는 눈을 감고 있었지만 손이 풀렸다.

권 단장이 좌석 통로에서 각 선수를 확인하며 다녔다.

"다들 괜찮아?"

민준이 말했다. "창 밖에 아무것도 없어요. 구름만 있어."

"그래. 지금 구름 위야."

민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 — —

17장. 아테네 — 성서 고고학자와 함께

아테네 엘레프테리오스 베니젤로스 국제공항.

공항에서 김서연이 기다리고 있었다. 뒤에 가방이 두 개. 한 손에 A4 종이. 종이에는 크게 쓰여 있었다.

"마지막 파이브, 어서와요"

민준이 제일 먼저 그 종이를 보고 뛰어갔다.

"서연 누나!"

서연은 당황하지 않고 하이파이브를 받았다.

"민준아, 잘 왔어."

서연은 성서 고고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아테네를 손바닥처럼 알고 있었다. 지하철 노선, 환경 소음 수준이 낮은 구역, 조용한 카페, 현지 편의점 위치. 그녀는 이미 팀의 일정을 받아서 각 이동 경로의 소음 레벨 지도를 직접 만들어 왔다.

"이 길은 공사 중이라 피해야 해요. 이쪽 골목은 조용해요."

숙소는 아테네 중심에서 조금 떨어진 구역의 오래된 게스트하우스였다. 현상 후원으로 숙박비는 해결됐지만, 시설은 좋지 않았다. 벽 페인트가 벗겨진 곳이 있었고, 창문이 잘 닫히지 않았고, 복도 조명이 깜박거렸다.

권 단장이 직원에게 이야기했다.

"죄송한데, 저기 복도 조명 고칠 수 있을까요? 아이들 중에 깜박이는 빛에 민감한 아이가 있어서요."

직원은 영어를 잘 몰랐지만, 서연이 그리스어로 통역해주었다.

다음 날 아침, 복도 조명이 바뀌어 있었다.

작은 것이었지만, 권 단장은 그것을 보고 감사 인사를 하러 갔다.

"Thank you. 유카리스토."

직원이 씩 웃었다.

— — —

18장. 아크로폴리스 아래서

대회 전날, 서연이 팀을 데리고 아크로폴리스 언덕 아래를 걸었다.

파르테논 신전이 언덕 위에 우뚝 솟아 있었다. 아침 햇살을 받아 돌기둥이 황금빛으로 빛났다.

서연이 설명했다.

"이 언덕 이름이 아크로폴리스야. '높은 도시'라는 뜻이야. 옛날 그리스 사람들은 여기에 신들의 집을 만들었어."

민준이 물었다. "우리 하나님도 여기 살아요?"

서연이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

"우리 하나님은 어디든 계셔. 이 언덕에도, 뉴질랜드에도, 지금 민준이 옆에도."

민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언덕 위 신전을 오래 바라보았다.

연우는 그 바위들의 표면 무늬를 손으로 만졌다. 2천 년이 넘은 돌.

서연이 연우 옆에 서서 말했다.

"연우야, 이 돌 진짜 오래됐어. 예수님이 살던 시대에도 이미 여기 있었어."

연우가 고개를 들어 서연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돌을 만졌다.

그것이 연우의 경이로움이었다.

상우는 신전 기둥의 세 번째 홈을 손가락으로 계속 짚었다. 규칙적인 홈의 간격이 그를 편안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탁, 탁" 틱이 나왔다. 그리고 다시 홈을 짚었다.

은찬은 언덕 아래 꽃밭에서 그리스 나비를 발견했다. 주황 나비와 달랐다. 흰색에 검정 줄무늬가 있는 종이었다. 그는 오래 바라보았다.

"새로운 나비야."

"맞아." 봉사자가 말했다. "그리스에서만 사는 나비야."

은찬이 메모장에 그 나비를 빠르게 스케치했다.

— — —

19장. 낯선 땅에 적응하기

아테네의 3일은 끊임없는 적응이었다.

음식: 그리스 음식은 낯설었다. 냄새가 달랐다. 연우는 첫날 저녁 식사를 거의 못 했다. 권 단장이 근처 편의점에서 한국에서 가져온 쌀 과자와 김을 꺼냈다. 그게 연우의 저녁이었다.

다음 날은 조금 먹었다.

세 번째 날에는 빵을 먹었다.

이것이 적응이었다. 서두르지 않는 것.

소음: 아테네는 시끄러웠다. 오토바이 소리, 상인들의 고함, 관광객들의 왁자지껄. 각 선수는 나름의 방식으로 버텼다.

민준은 비행기를 찾았다. 공항과 멀리 않은 아테네 하늘 위로 비행기가 지나갈 때마다 기종을 맞혔다.

연우는 헤드폰을 썼다. 하지만 점점 음량을 줄이기 시작했다. 셋째 날에는 음악을 틀지 않고도 카페에서 30분을 앉아 있었다.

상우는 아테네의 소음 속에서도 리듬을 찾는 것 같았다. 교통 신호 소리, 시장 좌판의 종소리 — 그 리듬에 자기 틱을 맞추었다.

은찬은 아테네의 고양이들 때문에 완전히 여행을 즐기기 시작했다. 아테네 구시가지에는 고양이가 많다. 은찬은 그 고양이들을 하루에 스케치북 세 페이지씩 그렸다.

— — —

6부 — 경기: 포도원의 마지막 5분

20장. 경기 전날 밤

숙소 옥상.

아테네의 밤하늘은 별이 가득했다. 팀 전체가 그 옥상에 올라와 각자의 자리를 찾아 앉거나 누웠다.

서연이 성경을 들고 왔다. 서 목사님이 출국 전에 부탁했던 것이다.

"경기 전날 밤에 말씀 한 구절씩 나눠라."

서연이 말했다.

"여기 있는 각자가 성경 한 구절을 뽑아볼게. 내일 경기에 가지고 가는 말씀으로."

민준이 먼저 손을 들었다.

"저는 알아요. 비행기 말씀."

"비행기 말씀?"

"이사야 40장. 독수리 날개치듯 올라가리로다."

박 코치가 웃었다. "맞아. 민준아, 그거 맞아."

연우는 오래 생각했다. 그리고 말했다.

"바라는 것들의... 뭐였죠."

서연이 말했다. "히브리서 11장 1절.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니라.'"

"그거요."

상우가 말했다. "탁."

틱이었다. 하지만 그 후에 그가 말했다.

"마지막 된 자로서... 먼저 되는 거."

방 안이 조용해졌다.

상우가 그 구절을 기억하고 있었다.

은찬이 메모장에 뭔가를 그렸다. 나비 위에 농구공. 그리고 그 아래 글씨. "천국."

서연이 물었다. "은찬아, 그거 뭐야?"

은찬이 그림을 들어 보였다.

"천국 농구."

서연이 그 그림을 받아서 오래 바라보았다.

그녀의 전공은 성서 고고학이었다. 수천 년 전 돌에 새겨진 말씀들을 연구했다. 하지만 오늘 밤, 19세 자폐 청년의 메모장에서 가장 명확한 말씀을 만났다.

천국 농구.

그것이었다.

— — —

21장. 경기 당일

경기장은 아테네 외곽의 실내 체육관이었다.

지적 장애 농구 부문은 대형 패럴림픽 경기장과는 달랐다. 규모가 작았다. 관중도 많지 않았다. 각 팀의 가족과 봉사자, 코치들, 그리고 일부 현지 관중.

하지만 그 경기장 안으로 들어설 때, 마지막 파이브 선수들의 얼굴이 변했다.

농구 코트. 나무 바닥. 높은 천장에 달린 조명. 백보드와 링. 코트 라인.

민준이 경계선을 눈으로 쫓았다. 그러더니 그냥 서 있었다.

코트 걷기 의식을 시작하려는 것이었다.

박 코치가 다가갔다.

"민준아, 여기서는 의식 안 해도 돼."

민준이 코치를 올려다보았다.

"왜요?"

"여기는 그냥 네 코트야. 원래부터."

민준이 잠시 생각하다가, 천천히 코트 안으로 들어갔다. 경계선을 밟지 않고.

연우는 경기장 소음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15분을 관중석 구석에서 헤드폰을 쓰고 앉아 있었다. 지현이 옆에서 함께 있었다.

그리고 준비 운동 시간에, 연우가 일어나 코트 쪽으로 걸었다.

스스로.

— — —

22장. 심판 호루라기 소리

경기가 시작되었다.

상대팀은 호주에서 온 지적 장애 농구팀이었다. 마지막 파이브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조직적이었다. 패스 연결이 매끄러웠다. 스코어가 빠르게 벌어졌다.

하프 타임 점수: 28 대 6.

로커룸에서 박 코치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각자가 자기 방식으로 앉아 있었다. 민준은 물을 마셨다. 연우는 헤드폰을 끼었다. 상우는 틱이 나왔다. 은찬은 고양이 그림을 그렸다.

5분이 지나자 박 코치가 말했다.

"지금 우리 어때?"

침묵.

그리고 상우가 말했다.

"탁. 탁. 괜찮아."

"그래. 괜찮아. 2쿼터 가자."

— — —

23장. 마지막 파이브의 5분

마지막 쿼터. 남은 시간 5분.

점수는 48 대 14. 승패는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

그리스 심판이 마이크를 잡았다.

"마지막 파이브, 뉴질랜드. 전원 출전."

다섯 명이 코트로 나왔다.

관중석에서 INFP 권사님들의 응원 소리가 — 화상통화로 연결되어 있었다 — 스피커를 통해 작게 들렸다. 권사님들이 준비해온 응원 팻말이 화면에 보였다. 손으로 쓴 것이었다. "마지막 파이브 파이팅!"

상우 어머니 강은정 씨가 관중석에서 손을 흔들었다.

이미경 씨는 손수건을 꽉 쥐고 있었다.

박 코치가 말했다.

"5분이야. 즐겨."

경기가 시작됐다.

민준이 공을 받았다. 패스했다. 상우가 드리블했다. 틱이 나왔다. 그런데 공을 놓치지 않았다. 계속 드리블했다. 연우가 포지션을 잡았다. 상우가 패스했다. 연우가 슛을 시도했다.

빗나갔다.

그런데 은찬이 리바운드를 잡았다.

다시 시도.

빗나갔다.

민준이 리바운드.

세 번째 시도 — 연우가 아닌 민준이 쏘았다.

들어갔다.

관중석이 술렁였다. 호주팀 벤치도 잠깐 멈췄다.

"와!"

서연이 관중석에서 일어났다.

이미경 씨가 눈물을 흘렸다.

강 씨가 "상우야!"라고 불렀다. 상우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뛰고 있었다.

5분의 경기 동안 마지막 파이브는 총 6점을 더 넣었다. 연우가 1골, 민준이 2골, 상우가 1골. 은찬이 리바운드 세 개.

최종 점수: 58 대 20.

졌다.

완패였다.

그런데 경기가 끝나고, 상대 호주팀 코치가 다가왔다. 손을 내밀었다.

"Good game. Your team — they have something special."

권성민 단장이 그 말을 들으며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 — —

7부 — 포도원의 반지

24장. 시상식

이번 대회의 시상식에는 '참가상'이 없었다.

각 팀에게 공식 대회 참가 메달이 수여되었다.

메달은 금속이었다. 작지 않았다. 앞면에는 그리스 신전 문양, 뒷면에는 장애인 스포츠 심볼.

민준이 메달을 받았다.

그는 그것을 손에 쥐고, 오래 바라보았다. 뒤집었다. 앞면 다시 봤다. 뒤집었다.

그리고 말했다.

"우승 반지다."

박 코치가 웃었다. "맞아. 우승 반지야."

"목사님이 그리스에 있다고 했잖아요."

"맞아. 맞네."

연우가 메달을 받았을 때, 그는 그것을 목에 걸지 않고 손에 쥐었다. 그리고 그 무게를 오래 느꼈다.

상우가 메달을 받을 때 틱이 나왔다. "탁, 탁." 그리고 목에 걸었다. 어머니 쪽을 바라보았다.

강은정 씨가 손을 흔들었다.

은찬이 메달을 받고 바로 스케치북을 꺼냈다. 메달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을 취재 카메라가 담았다.

나중에 이 사진이 뉴질랜드 한인 커뮤니티에 올라왔을 때, 댓글이 달렸다.

"황당하다고 했던 사람들이 누군지. 나도 그 중 하나였는데, 부끄럽네요."

"사진을 보고 울었어요. 이분들이 포도원 품꾼이구나 싶어서."

"이게 진짜 스포츠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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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장. 고맙습니다, 단장님

시상식이 끝난 후, 민준 어머니 이미경 씨가 권성민 단장에게 다가왔다.

"단장님."

"네, 어머니."

"고맙습니다."

권 단장이 말했다. "어머니가 민준이를 보내주셔서 제가 더 감사한데요."

이미경 씨가 말했다. "아니요. 처음에 밀알에 왔을 때 민준이가 코트 경계선 걷는 거 보고 저 우셨잖아요, 기억하세요? 눈물 감추려고 돌아서셨는데 제가 봤어요."

권 단장이 대답하지 못했다.

"그때 단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했는지 기억해요? '씨앗이 없는 사람한테 왜 꽃이 없냐고 할 수 없죠. 근데 민준이한테는 씨앗이 있어요.' 그 말 들었을 때부터 저 믿었어요. 여기까지 올 수 있을 거라고."

권 단장의 눈이 붉어졌다.

"저도 처음엔 몰랐어요, 어머니. 그냥 해보자 했을 뿐이에요."

이미경 씨가 웃었다.

"그게 믿음이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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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장. 취재 노트 마지막 장

아테네, 숙소 옥상. 밤.

팀이 떠나기 전날 밤, 나는 옥상에 혼자 앉아 취재 노트를 정리했다.

석 달 전, 나는 이 이야기가 '황당하다'는 쪽이었다.

아니, 황당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과연 이게 기사가 될까' 회의적이었다. 지적 장애인 농구팀이 국제 대회 나가는 이야기 — 감동적이겠지만, 스포츠 결과로 보면 뻔한 이야기 아닌가.

그런데 아테네에서 5일을 보내고 나서, 나는 내 취재 관점이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이 이야기는 스포츠 기사가 아니었다.

이것은 마태복음 20장의 이야기였다.

오후 5시까지 장터에 있던 사람들. 아무도 불러주지 않아서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그들에게 주인이 왔고, 와서 일하라 했고, 똑같은 한 데나리온을 주었다.

그 한 데나리온은 메달이 아니었다.

그것은 — 아크로폴리스 돌을 손으로 만지던 연우의 표정이었다.
그것은 — "탁, 탁" 틱이 나오면서도 드리블을 놓지 않던 상우였다.
그것은 — 천국 농구를 그리던 은찬의 메모장이었다.
그것은 — 비행기 기종을 맞히며 이착륙을 기다리던 민준의 눈빛이었다.

포도원 주인의 말이 메아리쳤다.

"내 것을 가지고 내 뜻대로 할 것이 아니냐? 나중 된 자로서 먼저 될 것이요."

나는 노트에 마지막 문장을 적었다.

"천국은 얼마나 오래 뛰었냐가 아니라, 코트에 서 있었느냐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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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 뉴질랜드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

귀국 비행기.

민준이 창가에 앉아 있었다. 목에 메달을 걸고.

이륙이 시작되자 엔진이 달아올랐다.

민준이 말했다. "에어뉴질랜드 787."

지현이 웃었다. "역시."

연우는 헤드폰을 쓰지 않았다. 그냥 앉아 있었다.

상우는 틱이 세 번 나왔다. 그리고 잠이 들었다.

은찬은 메모장에 무언가를 그렸다. 비행기 창문을 통해 보이는 하늘. 그 위에 나비.

그리고 그 아래에 두 글자.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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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구름 위를 날았다.

오클랜드까지는 13시간.

기도회에서 서 목사님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포도원 주인은 물었습니다. '왜 여기 있었느냐?' 그들이 말했습니다. '아무도 우리를 쓰는 이가 없음이니이다.' 하지만 주인은 보았습니다. 그들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불렀습니다. 이제 와서 일하라. 그것으로 충분하다."

'아무도 우리를 쓰는 이가 없음이니이다.'

하지만 그들은 기다렸다.

마지막 파이브는 기다렸다.

그리고 왔다.

코트에 섰다.

뛰었다.

지금 하늘을 날고 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우승 반지는 — 이미 목에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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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이 소설은 뉴질랜드 밀알선교단의 사역에서 영감을 받아 쓴 다큐멘터리 소설입니다. 등장하는 선수들의 이름은 모두 가명이며, 일부 에피소드는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

마태복음 20장의 포도원 품꾼의 비유는 오늘도 유효합니다. 아무도 불러주지 않아서 오후 5시까지 장터에 서 있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신체적 한계로, 사회적 제약으로, 능력주의 사회의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그러나 포도원 주인의 시선은 다릅니다.

주인은 '얼마나 생산적이었느냐'를 묻지 않습니다. '내 포도원에 있었느냐'를 봅니다.

장애인 농구팀이 그리스 코트에 서는 것은 황당한 일이 아닙니다. 그것이 포도원 주인의 초대에 응답하는 방식일 뿐입니다.

그리고 그 코트 위에서 — 마지막 5분이지만, 우승 반지는 동일합니다.

나중 된 자로서 먼저 되고, 먼저 된 자로서 나중 되리라.

이 소설을 뉴질랜드 밀알선교단의 모든 선수들과 봉사자들, 그리고 매일 오후 5시까지 기다리는 모든 어머니들과 아버지들에게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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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안내

- 권성민 단장(52세) — 마지막 파이브 설립자
- 박용준 코치(38세) — 전직 실업 농구 선수, 장애인 스포츠 지도사
- 이지현 봉사자(24세) — 오클랜드 이민 3년 차, 사회복지 전공
- 김서연(23세) — 성서 고고학 석사 과정, 현지 가이드
- 민준(가명, 22세) — 비행기 기종 마니아, 자폐 스펙트럼
- 연우(가명, 19세) — 청각 과민, 자폐 스펙트럼
- 상우(가명, 21세) — 투렛 증후군 + 자폐 스펙트럼
- 은찬(가명, 20세) — 집중력 단절, 드로잉 재능, 자폐 스펙트럼
- INFP 권사님들 — 김옥순, 박정희, 이명자, 최선숙, 윤혜련
- 이미경(50세) — 민준 어머니
- 강은정(47세) — 상우 어머니
- Sarah Kim(35세) — 뉴질랜드 장애인 체육회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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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적 참고

- 마태복음 20장 1-16절 — 포도원 품꾼의 비유
- 히브리서 11장 1절 — 믿음의 정의
- 이사야 40장 31절 — 독수리 날개치듯
- 칼 바르트(Karl Barth) — 인간의 공로를 배제한 은혜론
- 장애인 신학(Disability Theology) — Amos Yong, *Theology and Down Syndrome*
- 민중신학/해방신학 — 소외된 자에 대한 하나님의 편애적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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